손오공과 사오정이 함께 면접을 보러 갔다. 오공이 먼저 들어갔다.

 

면접관이 물었다. “좋아하는 축구선수가 누구지요?”

 

오공이 대답했다. “전에는 차범근이었는데 지금은 이동국입니다.”

 

면접관이 물었다. “코소보가 어디인가요?”

 

오공이 대답했다. “발칸반도의 중앙부에 있는 산악지대입니다.”

 

면접관이 또 물었다. “초능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오공이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대답했다. “과학적으로 입증은 안됐지만 그럴싸한 사실이라 생각합니다.”

 

합격하고 나온 오공에게 오정이 요령을 물었다. 오공은 상세하게 가르쳐줬다. 잠시 후 오정의 차례가 되어 면접실에 들어갔다.

 

면접관이 물었다. “이름이 뭐지요?”

 

오정의 준비된 대답. “전에는 차범근이었는데 지금은 이동국입니다.”

 

면접관이 놀라서 물었다. “당신 어디서 왔어?”

 

오정은 늠름하게 대답했다. “발칸반도의 중앙부에 있는 산악지대입니다.”

 

면접관이 기가 막혀 이 사람 바보 아냐?” 하자 오정은 자신있게 대꾸했다. “과학적으로 입증은 안됐지만 그럴싸한 사실이라 생각합니다.”

 

말귀를 철저하게 못 알아듣는 사오정이 사회에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가 뭘까. 우리가 현실에서 답답하게 느끼는 현상을 희화화해서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알아들을 만한 메시지를 받고도 시치미떼는 누군가를 떠올려주기 때문에 사람들은 사오정을 재미있어 한다.

 

몇해 전에는 덩달이 시리즈가 유행했다. 이야기의 맥락은 살피지 않고 글자에만 집착하는 것이 덩달이의 장기였다. 그 역시 숲은 볼 생각을 않고 나무만 보려 드는 누군가를 떠올려줬기에 인기를 끌었을 것이다.

 

덩달이와 사오정의 모델은 누구일까. 그 시절이나 이 시절이나 사회의 기대를 모으고, 또 그 기대를 어그러뜨려 사회의 비난을 모은 것은 정치권이다. 다른 모델이 누가 있겠는가. 정치권 안에서 누가 누구보다 더 모델로 적확하다고 따지는 것은 부질없는 짓일 것이다.

 

덩달이는 글자에라도 집착했다. 사오정은 아예 신경도 안 쓴다. 국민의 개혁요구를 빙자해 사정의 칼날을 자의적으로 휘두르던 시절이 덩달이의 시대였다면, 여야가 바뀌기 전에 자기네가 하던 주장은 까맣게 잊어먹고 상대당의 약점 잡기에만 골몰하는 지금이 사오정의 시대일까. 사오정 다음에는 어떤 캐릭터가 정치권을 그려줄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199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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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