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국회의원 의원실에서 연구용역 하나를 발주해 주겠다는군요. 이거 따내면 16년 만에 연구비를 받아보겠네요. 확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름을 밝히지 못하지만, 마음속으로 벼르고 있던 작업을 할 계기를 만들어주려는 뜻이 대단히 고맙습니다. 연구 목적과 주요 내용을 적어둡니다.

 

 

목적:

 

1990년을 전후한 공산권 붕괴 이후 세계정세에는 예측하기 힘든 변화가 꼬리를 물고 있다. 공산권 붕괴 당시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말한 “역사의 종말”에는 이제 자본주의 세계질서가 자리 잡으면서 더 이상 역사의 굴곡 없이 안정된 체제가 유지되리라는 뜻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냉전시대보다 불확실성이 오히려 더 커졌고, 미래의 전망이 갈수록 더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 불확실성과 불투명성이 한국의 정책결정에도 어려운 조건이 되어있다. 아무리 풍부한 데이터를 갖고도 안정된 좌표계 없이는 유효한 판단이 불가능하다. 지금 세계가 갖고 있는 문제가 어떤 것인지, 그리고 앞으로 변화의 방향이 어떤 것인지 살피는 거시적 관점이 안정되어 있어야 국가의 과제를 제대로 선택할 수 있다.

 

좌표계의 상실을 토머스 쿤이 말한 “패러다임 전환”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나의 패러다임이 지배력을 유지하는 정상상태(normal state)에서는 미시적 지표들만이 관심의 대상이다. 그런데 지배 패러다임이 바뀌는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 단계에서는 정상상태에서 상식으로 통하던 명제들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생각의 틀을 새로 짜야 하는 것이다.

 

동서문명교섭사를 중심으로 문명사를 연구해 온 김기협 박사는 냉전 이후의 세계적 변화에 대해 일관성 있는 설명을 제시해 왔다. 산업혁명 이후 냉전시대에 이르는 하나의 정상상태가 끝나고 패러다임 전환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설명이다. 아직 이론 제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설명이지만 새로운 좌표계의 모색을 위해 참고가 될 것을 기대하며, 그 이론의 국가정책에 대한 함의를 정리함으로써 검증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이 과제의 목적이다.

 

 

 

주요 내용:

 

-‘근대성’의 특질은 무엇인가? / 근대화와 경제성장을 절대시한 정책노선을 반성해야 한다.

 

-산업문명은 꼭 자본주의를 필요로 하는가? / 자본주의 모순을 격화하는 신자유주의 반동노선을 막아야 한다.

 

-‘서세동점’의 시대가 끝나고 있는 것일까? / 세계질서의 구조에 2백년만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중국의 ‘굴기’는 정말로 ‘화평’을 향한 것일까? / 중국의 리더십은 영국-미국의 패권과 성격을 달리한다.

 

-‘근교원공’의 시대에 ‘동맹’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 외교다운 외교가 필요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세계화의 시대에는 민족주의의 설 자리가 없는 것일까? / 새로운 세계질서는 주체의 확립을 필요로 한다.

 

-‘경제적 세계화’와 ‘정치적 세계화’는 어떻게 다른 것인가? / 산업문명의 안정을 위해서는 유기론적 세계관의 회복이 필요하다.

 

-‘어린이참정권’은 왜 산업사회에서 필요한 것인가? / 미래를 걱정할 필요가 없던 시대는 끝나고 있다.

 

 

Posted by 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