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샤오핑이 일으킨 중국 경제개혁은 이미 30년의 역사적 과정을 거쳤다. 뒤돌아보면, 30년 전 개혁을 시작할 당시 우리는 최소한 두 가지 사건을 예상하지 못했다.
 
첫째, 개혁 과정이 이렇게 길어지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개혁의 지도자는 처음에는 약 5~10년이면 개혁을 완성하리라 생각했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많은 개혁가들이 1990년, 늦어도 1995년에는 개혁이 마침표를 찍을 거라고 낙관적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도 중국은 여전히 개혁 중이고, 이 개혁이 언제 끝날지 우리는 아직도 그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둘째, 중국 경제의 발전 속도가 이렇게 빠르고 개혁의 성과가 이렇게 클 줄 예상하지 못했다. 1980년대 초, 덩샤오핑은 2000년이 되면 국민소득이 두 배 늘어나리라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의심하는 태도를 보였을 뿐만 아니라 '무모'하다고까지 했다. 하지만 실제로 중국 경제는 덩샤오핑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발전했다.  지난 30년, 중국의 1인당 GDP는 매 10년이 되기도 전에 두 배나 증가, 2007년에는 2,500달러에 도달했다. 중국의 경제총량 순위는 1978년 세계 13위에서 2007년 4위로 상승했다. 중국의 수출입이 세계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78년 23위에서 2007년 3위로 상승했다. 애초에 우리는 30년 후 위안화의 환율이 국제적인 경제 문제로 부상하리라곤 예측하지 못했다.
 

 

장웨이잉이 편집한 <중국개혁 30년>(이영란 옮김, 산해 2009, 원서는 2008)의 서문 모두입니다. 2008년 1월 베이징대학교 광화관리학원 신년포럼 "중국의 경제개혁 30년: 평가와 전망" 내용을 발판으로 만든 책이죠. 이 글에서 장웨이잉이 놀라워하던 중국 경제의 발전 속도는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고, 개혁 기간은 6년 더 길어졌습니다. 이 개혁이 언제 끝날지는 아직도 분명치 않습니다.
 
이 거대한 나라의 그토록 크고 빠른 변화는 역사상 유례가 드문 현상입니다. 중국의 개혁개방이 궤도에 오르던 1990년대까지만 해도 중국이 일본을 위시한 주변의 자본주의 국가들을 조금 따라오는 정도로 개혁의 성과를 예상하는 것이 상식이었습니다. 지금 와 있는 G2의 위치를 10년 전까지도 상상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고, 어느 방향으로 어디까지 갈지 지금도 명확한 예상이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주변의 먼저 산업화된 나라들을 따라오는 길에서 벗어나 이제 '중국만의 길'에 접어들어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웃의 이 큰 나라가 백여 년 동안의 잠에서 깨어나 천하를 상대로 자기 몫을 찾게 되리라는 것도 분명히 내다보이는 상황입니다.
 
역사를 통해 우리 민족에게 큰 영향을 끼쳐 온 중국이 지난 백여 년 동안 힘을 쓰지 못하고 지낸 것이 매우 특이한 상황이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깨닫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나라가 지난 60여 년 동안 미국이 한반도에 끼쳐 온 것보다 더 큰 영향을 끼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우리는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의 변화가 어디로 향할 것인지, 중국은 한반도에 어떤 성격의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인지, 심각하게 궁리하지 않으면 안 될 일입니다.
 
저는  '서세동점' 현상을 일으킨 산업화-자본주의  중심 '근대체제'의 문제점과 한계에 대해 생각해 왔습니다. 냉전 종식 후 중국의 변화를 놓고도 그로부터 이어지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중국의 변화가 세계체제의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생각하는 것이 성급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우리 민족의 장래를 좌우할 큰 변수라는 점을 놓고 보면, 이 방향의 생각을 함께 열심히 해보자고 여러분께 촉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Posted by 문천